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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과정 2년차, 그리고 임신

honey bun 2023. 1. 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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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반은 정말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바쁘게 보냈다.

 

2020년, 코로나때문에 줌으로 했던 졸업식이 2년이 지난 2022년 6월에 열려서 참석을 했다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5일 전에 코로나에 걸렸다.

오빠의 결혼식 당일까지 남은시간은 16일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고, 부스터샷을 맞은지 2달도 되지 않은 나는 그렇게 코로나에 걸려 비행기를 취소하고 코로나 증상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며 자가격리를 했다. 

그런데 코로나 걸린것은 둘째치고, 하필 여름방학과 휴가철, 주말, 그리고 낮은 항공편 공급으로 인해 한국행 비행기가 모두 만석이었다. 

동생 방학때 결혼한다고 일 년이나 미룬 결혼식인데, 정작 원인 제공자가 참석을 못한다 생각하니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

그러던중 운좋게 하와이를 거쳐서 가는 비행편을 결혼식 이틀전에 구할 수 있었고

6월 말 비행기에 올라 2일이 지난 7월 초 주말, 오빠의 결혼식 바로 전날, 밤 10시가 다 되어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만... 있었어도......... ㅜㅜ 멀리서나마 본 와이키키

6월달은 정말, 한국에 못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자가격리 기간 내내 걱정과 불안함에 울면서 잠든날이 많았던것 같다. 이 기간동안, 남자친구가 옆에서 얼마나 힘이 되주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7월 초, 오빠의 결혼식이 끝나고 일주일간 집에서 냥집사하며 시간을 보내고 일주일간 정신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가 있는 연구실은 1년에 2주간의 휴가를 주기때문에 2주 이상 한국에 머물수 없었고, 박사과정 1년동안 수업을 듣고 처음으로 논문이라는것도 읽어보고 (나는 원래 대학원 생각이 1%도 없었다) 연구에 시간을 못썼기 때문에 여름 방학 기간동안 리서치 프로그레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7월 중반부터 연구과 관련된 것을들 공부하고 벤치마크 프로파일링을 했는데, 8월달부터 급격히 몸이 나빠졌다.

사실, 코로나때문에 6월 중순부터 계속 몸이 안좋았는데, 8월달 중순부터 다시금 고열과 몸살이 나기 시작했다.

8월 초에 데프콘 참석때문에 라스베가스에 갔었는데, 그때 코로나에 또 걸린건가 싶었던 찰나 시작된 헛구역질...

설마 싶어서 임테기를 해보니 흐릿하게 보이는 두 줄...

정신이 아찔했다.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해졌는지 모른다. 

2022년 8월달의 나는, 남들보다 학업을 늦게 시작한 탓에 남들 자리 잡고 가정을 꾸릴 때, 박사과정 1년차를 막 끝내고 여름방학을 보내고있는 2년차 되기 직전의 학생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엄청난 걱정에 휩싸였는데, 그 이유는 임신사실을 어떻게 교수님에게 말해야 할지, 또 낯선 미국이라는 땅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울것인지, 남자친구는 샌디에고에 나는 리버사이드에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할지,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취직한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어린 남자친구 발목 잡는건 아닌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PhD 과정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지 등의 생각들이 나를 덮쳤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에게는 바로 말하지 않고, 일주일이 지나 임테기가 진한 두 줄을 보일 때 말했다.

당시, 나는 남자친구 집에서 재택근무로 연구를 하고 있었고, 남자친구는 운동하러 헬스장에 간 상태였다.

문자메세지로 임테기 사진만 아무말 없이 보내자, 남자친구에게 집으로 가겠다고 답장이 왔다.

남자친구는 집에 오자마자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나 아빠 되는거야?"

내가 "응" 이라고 대답하자, 황당하게도 남자친구는 "음... 나 그럼 다시 아랫층(헬스장) 내려가도 되? 사우나 하러 가고싶어".

남자친구는 운동 후에 늘 사우나까지 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 내 문자를 받고 바로 집으로 오긴 했는데, 사우나를 안하고와서 너무 허전했나보다. 지금생각해도 어이없고 웃긴 반응었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임신을 알고 난 후의 첫 진료는 8주가 지나야 예약을 잡아주기 때문에, 교수님께는 첫 진료를 보고 알리려고 했다.

역시 무엇이든지 계획되로 되는건 없다고, 9월달 임신 6주차, 학기가 시작되고 교수님과의 학기 첫 미팅때 임신사실을 알려야만 했다.

X 회사 리서치 팀에서 2023년 박사과정 여름인턴을 구한다고, 학생 추천을 해달라고 하여 교수님이 나에게 의사를 물어봤고 (심지어 해당 팀에서 연구하는 주제가 나의 연구주제와 같았다. 정말 좋은 기회였다...) 나의 출산 예정일은 2023 4월 말이었기 때문에, 여름에 인턴을 할 수 없을것이 뻔하여 교수님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임신을 알렸다. 

나의 임신 소식은 교수님의 표정관리가 불가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교수님의 얼굴이 파르르 떨리며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고 표정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곧장 멘탈을 붙잡으시곤, 출산직전까지 최대한 연구결과를 만들어서 논문제출을 하자고 하셨고, 나의 학기 첫 미팅은 앞으로의 계획을 간략하게 짜며 끝났다.

 

나는 3과목의 수업을 더 들었어야 했는데, 원래대로라면 2년차에 한 학기당 수업 1과목 + 리서치 크레딧으로 수강신청을하여 1년 (3쿼터)동안 3과목을 들을 예정이었지만, 남자친구와 계속 떨어져 지낼수가 없었기 때문에 3과목을 한번에 가을학기에 듣고, 샌디에고로 내가 이사를 가기로 했다. 

 

정신없는 가을학기가 끝나고, 12월이 되어 나는 샌디에고로 이사를 왔다.

이렇게 나의 박사과정 2년차 첫 학기가 끝났다.

 

아직 이십대 중반도 안된 내 남자친구와 나이만 먹었지 정신연령은 남자친구보다 더 어린, 삼십을 바라보는 나.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학업때문에 낯선 미국이라는 땅에 온 우리들은

각자 다른 모국어를 가진 상태에서, 미국의 생활방식과 의료시스템, 교육시스템을 공부하며 우리와 전혀 다른 '영어'라는 모국어를 가지게 될 우리의 아기와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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